임요환이 말하는 포커플레이어와 겜블러의 차이

임요환 첫포커우승사진

Q. 프로 포커 플레이어와 갬블러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결국 도박이라는 시선도 있는데요

제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도 바로 이런 부분이에요. 프로 포커 플레이어는 타짜가 아니에요. 물론 홀덤이란 종목을 가지고 카지노에 가서 현금을 배팅하고 돈놀이를 할 수 있겠죠. 하지만 프로 포커 플레이어는 실제 현금을 배팅하지 않습니다. 가상의 돈을 가지고 상대와 대결을 벌이죠. 이건 다른 게임의 HP와 같은 개념이에요. 다른 점이 있다면 상대의 체력을 뺏어서 제 체력에 더한다는 차이가 있겠네요.

나머지는 스타리그와 같은 e스포츠 리그들과 같죠. 32강, 16강, 8강, 4강… 이런 식으로 상위 라운드에 올라갈수록 상금이 커집니다. 우승하면 엄청난 상금을 얻을 수 있어요. 이렇게 고액의 상금이 유지될 수 있는 비결은 대부분의 규모 있는 대회에선 모든 플레이어가 참가비를 내고 이 돈을 상금으로 배당하기 때문입니다. 프로 포커 플레이어는 홀덤하는 방법을 배워서 ‘우승 상금’을 따는 직업인 겁니다. 타짜가 아닙니다.

제가 갬블러로 활동하려 했다면 애당초 발도 붙이지 않았을 거에요. 프로 포커 플레이어로 전향 선언을 했던 많은 사람이 공통적인 오해를 사고 있는 부분이죠. 도박이란 것은 불특정한 확률을 가지고 승리와 패배에 돈을 거는 성향이 있는 것 아닌가요?

해외에서는 홀덤 플레이어를 절대 갬블러로 부르지 않아요. 인식의 차이죠. 저는 상대의 돈을 따기 위해서 홀덤을 하는 게 아니에요. 상금을 얻기 위해서죠. 베르트랑처럼 홀덤 토너먼트 길을 개척하기 위해서지 그 사람들의 돈을 따기 위해서는 절대 아닙니다.

Q. 그렇다면 ‘포커 플레이어’가 카지노에 가면 ‘갬블러’가 되는 것이 아닌가요?

네 그렇죠. 포커 플레이어가 카지노에 가서 도박으로 망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아요. 만약 격투기 선수들이 길거리에서 싸우면 어떻게 될까요? 그런 일이 벌어지면 해당 선수들은 영구제명이거든요. 베르트랑 같은 정상급 선수들은 자기 관리를 정말 잘하고요. 선수 개인의 처신 문제입니다.

적당한 예가 있어요. 더 지니어스 결승에서 인디언 포커를 했어요. ‘포커’란 이름이 나오고 ‘카드’가 나오고, 가넷을 서로 걸죠. 칩 수도 나오죠. 한 명이 그걸 이겨서 다 가져왔어요. 사람들은 그걸로 문제를 삼지는 않죠. ‘게임’이니까요.

세계적인 홀덤 대회가 칩이 아닌 가넷으로 승부를 하고 더 지니어스에 나오는 카드로 덱을 맞추면 사람들은 다른 시각으로 볼까요? 가넷 하나에 백만 원 가치가 있는 거에요. 상금을 걸면서 임하는 거죠. 결국 이런 예와 같은 겁니다. 이런 고정관념이 우리나라에만 있기 때문에 세계적인 마인드 스포츠가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Q. 대회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요? 상금을 획득할 기회는 충분한 편인가요?

온라인 대회도 있고, 오프라인 대회도 있지만, 오프라인 대회가 재미있죠. 직접 상대의 얼굴을 보면서 경기하다 보니 사람의 눈빛이라거나 버릇, 습관까지 파악해야 하거든요. 세계 대회는 대부분 오프라인입니다. 바둑과 같은 구조라고 보시면 됩니다.

가장 큰 대회인 WSOP는 참가비만 1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큰 대회고, 기타 지역에서 열리는 작은 대회들까지 모두 합치면 오프라인에서만 1년에 50여번의 크고 작은 대회가 열립니다. 온라인 대회는 훨씬 자주, 그리고 간편한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죠.

정말 많은 대회가 있지만, 스타2 같은 경우만 해도 1년에 3~4번밖에 없죠. 저 자신의 체력만 받쳐준다면 1년 내내 토너먼트를 나갈 수 있는 정도의 숫자이기 때문에 원 없이 마음껏 해볼 수 있는 것 같아요. 회사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도 약속해주셨죠.

Q. 대회에 참가비도 필요하고, 각종 체류비에 항공료를 포함하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 것 같네요. 이러한 투자를 하는 이유는 뭘까요?

회사가 각종 대회에 참가하는 비용 지원은 합니다. 스폰이라고 하죠. 당연히 홍보 효과에 대한 부분을 보고 결정해주신 거지만 대표님께서 제 꿈을 키워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 같습니다. 대표님께서 홀덤을 워낙 좋아하시기도 하고요.

아까 말씀드렸던 포커계의 월드컵 WSOP의 메인이벤트에서 한국인이 우승한 경우는 아직까지 없어요. 전 세계인이 큰 관심을 가지고 보는 대회에서 한국인이 첫 우승을 한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일이거든요. 대표님은 저를 통해 그 꿈을 간접적으로 이루고 싶으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런 큰 비용을 선뜻 지원해주신다고 하신 거고, 많은 포커 플레이어들의 꿈도 같이 커 나간다는 말이죠.

처음 이기석 선수가 우승하면서 그 선수를 추종하는 팬이 생기고, 스타크래프트를 기반으로한 e스포츠 시장이 만들어지면서 하나의 문화가 된 것이잖아요. 대표님께서는 제가 이런 부분에 재능이 있다고 판단하시고 제게 모든 것을 맡긴 거죠. 그런 부분이 중요한 것 같아요.

두뇌 싸움으로 대변되는 마인드 스포츠가 우리나라에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도전해보고 싶고, 풀팟 홀덤을 통해서 배출된 프로들을 데리고 해외 대회에 참가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 바람입니다. 이렇게 되면 회사와 제가 모두 윈-윈하는 구조인 겁니다. 상금에 대해서 이익을 나누는 계약도 있어요.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상금이 클수록 제게 유리합니다(웃음).

Q. 앞서 강조한 대로 홀덤에 대한 인식이 게임, e스포츠보다 훨씬 좋지 않죠. 부담은 없나요?

국위선양, 이게 답인 것 같습니다. 이 길이 많은 분이 우려하시는 것처럼 불건전한 문화가 아니고, 실력을 겨룰 수 있는 당당한 스포츠 중 하나라는 점을 많은 노력을 통해 각인시켜야겠죠. 여기서 성공하고, 정말 멋있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자리까지 올라가야 가장 빨리 이해하실 것 같습니다.

스타리그나 바둑 리그처럼 홀덤 리그도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인 것 같아요. 이런 부정적인 인식을 무너뜨릴 수 있는 대회에 나가서 성과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죠. 그러면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지겠지요. 처음에 게임도 그랬잖아요? 스타크래프트도 많은 팬이 생겨나면서 인식이 바뀌었잖아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나가야죠. 대회에 시선을 두고 하나씩 바꿔나가야 하는 것이죠.

Q. 새로운 도전을 응원해주시는 팬분들께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할게요

제 팬 여러분 조차도 홀덤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라 이런 인터뷰를 하게 된 것 같네요. 솔직히 게임을 할 때도 팬들이 전부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이제 거창하게 시작을 했고 아직 첫 대회로 출전해보지 못했는데 사람들이 안 좋게만 바라보고 응원보다는 질타, 비난, 비판, 이러면 힘이 빠질 수밖에 없거든요.

제가 세계대회 나가서 우승하면 한국 사람들이 포커 쪽에 약하다라는 인식도 뒤엎을 수도 있고, 누군가의 꿈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따끔한 질타나 비판보다도 한마디의 따듯한 격려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힘차게 뻗어 나갈 수 있도록 많은 사람이 제 도전을 격려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항상 그런 것 같아요. 남들이 만들어놓은 길을 가기보다는 제가 항상 주도적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 왔죠. 스타1 선수로 활동하면서 인기를 얻었다가 스타2로 전향했었기도 하고, 팀을 이끌기도 했었죠. 이쪽 영역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게 제 인생이지 않을까, 그렇게 살아왔듯이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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