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중 500만원 카지노 게임… 도박일까? 오락일까?

가족과 함께 미국 여행 중이던 한 대기업 직원이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 들러 500만원을 게임하는 데 썼다면 도박으로 볼 수 있을까. 동네 사람들과 전체 판돈이 50만원 정도에 불과한 카드게임을 했다면 단순한 오락으로 봐야 할까.

도박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형법 246조는 ‘도박을 한 사람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업인이나 연예인이 해외에서 불법도박을 벌이다 재판에 넘겨지는 사례도 자주 뉴스거리가 된다. 이 조항은 ‘다만,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도박과 일회성 오락을 구분하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1985년 대법원의 판례도 “도박의 시간과 장소, 도박자의 사회적 지위 및 재산 정도, 그밖에 도박에 이르게 된 경위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해 판단해야 한다”고만 밝히고 있다.

대검 강력부 관계자는 19일 “우선 도박에 쓰인 돈과 도박을 한 사람의 재산, 얼마나 상습적으로 도박을 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같은 500만원을 카지노에서 썼다 하더라도 수백억원대 자산가에게는 오락이 될 수 있는 반면, 일용직 노동자에게는 도박이 될 수 있다.

판돈이 올라가고, 상습적일 경우 도박으로 인정될 가능성은 더 커진다. 최근 검찰의 ‘정킷(junket)방’(외국 카지노에 도박장소를 만들고 자금을 대준 뒤에 국내에서 되돌려 받는 방식) 도박사건 수사선상에 오른 사람들은 수십∼수백억원대 도박판을 상습적으로 벌인 자산가들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마카오에서 최소 100억원대 도박을 벌인 울산 해운업체 K사 대표 문모(56)씨에 대해 상습도박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킷방 명단에 등장해 혐의가 입증된 자들은 예외 없이 기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도박을 하게 된 경위도 중요하게 고려된다. 2012년 서울남부지법은 판당 1000∼3000원짜리 훌라 게임을 하다 기소된 김모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전체 판돈이 50만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재판부는 “새벽 4∼6시에 도박이 이뤄졌고, 친목을 위한 모임도 아니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 여행 중에 재미삼아 1∼2차례 카지노에 들러 게임을 하다 처벌된 사례는 아직 없다.

도박을 한 사람의 사회적 지위가 양형에 반영되는 경우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2011년 도박 혐의로 3번째 재판에 넘겨진 방송인 신정환씨에 대해 “대중으로부터 주목받는 연예인의 도박행위는 일반 대중이나 청소년들에게 도박의 폐해에 대한 경각심을 희석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